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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게임, 개발자는 무섭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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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9
Tag
UX
분석가
게임 운영
공포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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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스탯사업팀_강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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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에 앞서!
보다 쉽게 내용을 이해하실 수 있도록, 아래 콘텐츠를 먼저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들어가며

이런 분이 읽으시면 좋습니다!
공포 게임을 체험하고 싶지만, 무서워서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분
공포 게임이나 영화 등을 접할 때, 두려움을 덜 느낄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한 분
게임 내 공포 완화 UX 설계 및 구현을 고민하는 분
안녕하세요. 넥슨스탯사업팀 강동섭입니다
공포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는 일반인보다 공포 게임에 더 익숙할까요? 혹은 자신이 만든 게임에 공포나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는 없을까요? 특히, 공포 게임을 검수하는 QA 직군은 게임 속 공포 장면을 수십, 수백 번씩 반복해서 마주해야 하는데요. 이들은 어떻게 이 반복적인 공포에서 벗어나 심리적 부담을 덜어낼까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공포 게임 개발자들도 게임을 만들면서 공포를 느낀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이에 대해 SF 서바이벌 호러 게임인 <Dead Space> 등 유명 공포 콘텐츠를 제작한 현업 개발자들의 답변이 이어졌는데,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공포 게임을 만드는 그들도 우리처럼 공포를 느끼며 게임을 플레이하고, 때로는 자신이 만든 게임에서도 두려움을 경험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림 1: 레딧에 올라온 공포 게임 개발자들의 후기 (출처: Reddit)
호기심에 공포 게임을 한 번 시도해 본 사람들, 혹은 예상치 못한 공포 요소를 접한 유저들은 그 여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포 게임이나 영화로 인해 느끼는 긴장이 부담스럽거나, 그 두려움을 효과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될 거예요.
이번 콘텐츠에서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공포의 유형을 살펴보고, 두려움을 다스리는 방법과 그 원리를 살펴보겠습니다. 또한, 게임 내에서 불안을 완화할 수 있는 UX 설계 방식에 대해서도 탐구해보겠습니다.

1. 공포 게임에서 마주할 수 있는 10가지 공포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공포나 불안을 완화하는 방법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공포 게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공포의 종류를 알아보겠습니다.
공포 게임을 떠올리면 흔히 깜짝 놀라는 점프 스케어추격 공포 정도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공포 게임에는 유저의 심리를 교란하고 서서히 압박하는 다양한 요소가 숨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불안감을 점진적으로 고조시키는 환경 공포나 현실을 초월한 신비적·초자연적 공포, 잔인한 비주얼로 충격을 주는 고어 공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주는 두려움인 존재 공포나 소리만으로 공포를 유발하는 소리 공포처럼, 시각적 요소 없이 유저를 압박하는 방식도 존재하죠.
이처럼 공포 게임에서 마주할 수 있는 공포의 종류를 이해하면, 내가 느끼는 공포의 뉘앙스를 더 깊이 인식하고 게임을 더욱 몰입해서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게임 속에서 설계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공포를 조합하고 배치했는지 파악하는 것도 공포 게임을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림 2: 공포 게임 매니아인 필자가 정리한 공포 게임에서 경험할 수 있는 10가지 공포

2. 두려움 해소의 원리

앞서 공포 게임에서 경험할 수 있는 10가지 공포 유형을 살펴봤습니다. 그렇다면 공포 게임 개발자들은 이렇게 다양한 공포 요소를 어떻게 조절할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 뇌에서 두려움을 어떻게 해소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공포와 불안을 경험할 때, 뇌는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불안 반응을 조절합니다. 특히 전두엽과 편도체의 균형이 두려움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편도체는 공포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처리하는 핵심 뇌 영역으로, 외부 위협을 감지하고 즉각적인 감정적 반응(예: 공포, 도망 행동 등)을 유발합니다.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불안 장애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극단적인 공포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1].
반면, 전두엽은 이성적 사고, 판단,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편도체와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전두엽이 편도체의 과잉 반응을 억제함으로써 공포를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따라서 공포를 효과적으로 조절하기 위해서는 전두엽과 편도체 간의 균형이 중요하며, 이들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이 두려움 완화 방법을 설계하는 핵심이 됩니다.
이제부터 뇌과학적 관점에서 두려움이 해소되는 과정을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STEP 1: 편도체 - 감정의 ‘경보 시스템’

편도체는 위협이나 위험을 감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무언가가 무섭거나 위협적으로 느껴질 때,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조심해! 빨리 반응해야 해!"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STEP 2: 전두엽 - 이성적 판단의 ‘사령관’

전두엽은 우리가 생각하고, 판단하며 감정을 조절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편도체가 위협을 알리면, 전두엽은 “이게 진짜 위험한가? 아니면 단순한 착각인가?”를 평가하고, 보다 적절한 반응을 선택하도록 돕습니다.

STEP 3: 교감신경 - 비상 상황 시 ‘탈출 장치’

편도체가 "위험해!"라고 신호를 보내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됩니다. 이는 몸을 '싸움-도망-회피' 모드로 전환하여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는데요.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며, 근육에 에너지를 집중 공급해 재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합니다.

STEP 4: 부교감신경 - 감정의 ‘브레이크’

부교감신경은 교감신경의 흥분 상태를 완화하며 몸을 이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즉, 위협이 지나가고 안전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심박수를 낮추고, 호흡을 안정시키며, 신체 기능을 원래 상태로 되돌립니다.

STEP 5: 세로토닌 - 감정 조절의 ‘윤활제’

세로토닌은 편도체의 과도한 불안 신호를 억제하고, 전두엽이 감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맞춰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평온함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세로토닌은 신경계의 균형을 조절하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로, 불안과 두려움을 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항불안제의 작용 원리 중 상당수가 세로토닌 농도를 증가시키는 방식이며, 세로토닌이 충분할수록 불안 반응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2].
그림 3: 두려움이 발생하고 해소되는 과정 요약

3. 공포 게임 개발자의 두려움 완화 방법

공포 게임 개발자는 어떻게 반복적으로 공포를 마주하면서도 이를 극복하고, 나아가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공포를 극복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노출 효과인지적 재구성이 있습니다. 이는 심리 치료에서 활용되는 기법이지만, 사실 우리의 뇌와 신경계가 공포에 적응하는 자연스러운 과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뇌 과학적 관점에서 이를 살펴보면, 공포가 어떻게 완화되는지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노출 효과: 반복을 통해 공포를 익숙한 자극으로 만들기

공포 게임 개발자들도 자신이 만든 게임을 반복적으로 플레이하면서 두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공포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점차 그 자극에 익숙해지며 공포 반응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노출 치료(Exposure Therapy)라고 하는데, 이는 공포를 유발하는 자극에 반복적으로 접촉함으로써 두려움을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방식입니다. 처음에는 강렬하게 느껴지던 공포도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더 이상 위협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됩니다 [3].
공포 반응은 주로 편도체가 담당합니다. 편도체는 외부 위협을 감지하고 즉각적인 경고 신호를 보내지만,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해당 자극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학습하게 됩니다. 이를 편도체의 재학습(Relearning of the Amygdala)이라고 하며, 공포 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점차 낮아지는 과정입니다 [4].
예를 들어, 공포 게임 개발자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Jump Scare 장면을 테스트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고 불쾌감을 느낄 수 있지만, 같은 장면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다 보면 편도체가 "이건 더 이상 위험한 요소가 아니다"라고 학습하게 되어 놀람 반응이 점점 줄어듭니다.
이 과정에서 교감신경은 초기에는 활성화되어 심박수가 증가하고 긴장감이 높아지지만,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편도체의 반응이 약해지면서 점차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안정감을 되찾게 됩니다. 즉, 공포 게임 개발자들이 지속적인 노출을 통해 공포를 극복하는 것은 편도체의 적응과 교감-부교감신경의 균형 회복을 기반으로 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2. 인지적 재구성: 공포를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기

인지적 재구성(Cognitive Restructuring)은 특정한 상황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생각을 보다 긍정적이고 현실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입니다 [6]. 예를 들어, 공포 게임 속 무서운 요소를 단순히 "두렵다"라고 인식하기보다, 이를 "플레이어의 몰입을 높이는 창의적인 장치"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공포 자극에 대해 "왜 무섭다고 느끼는가?"를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은 주로 전두엽(Frontal Lobe)이 담당합니다. 전두엽은 감정을 조절하고 논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사령관 역할을 하며, 공포 반응을 일으키는 편도체의 신호를 받아 이를 합리적으로 해석하고 조절하는 기능을 합니다.
즉, 전두엽이 활성화되면 편도체가 보내는 공포 신호를 감정적인 반응보다는 분석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놀이공원의 귀신의 집에 들어갔을 때 처음에는 “너무 무섭다. 도망치고 싶다”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지적 재구성을 통해 “이건 안전한 환경에서 짜릿한 스릴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재미 요소”라고 받아들이면, 공포감이 줄어들고 오히려 더욱 몰입하여 즐길 수 있게 됩니다.

3. 감각 탈중심화: 공포를 분석 대상으로 바라보기

공포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개발자는 특정한 장면이나 소리를 반복적으로 다루게 됩니다. 이때 공포에 몰입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문제를 분석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이 소리가 실제로 무섭게 들리는가?", "이 장면이 적절한 긴장감을 조성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두려움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작업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죠.
만약 우리가 공포 게임이나 공포 영화 등의 상황에서 압도적인 두려움을 느낀다면, 완전히 몰입하기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서 분석적인 시각을 유지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명과 소리가 어떻게 공포감을 증폭시키는지 살펴보자.", "음악과 환경음이 어떤 방식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는가?"와 같은 탐구적 시각으로 접근하면, 감정적인 반응을 완화하고 공포를 덜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7].
'공포'라는 감정은 처음에는 우리를 압도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뇌와 신경계가 설계한 반응일 뿐입니다. 우리는 공포를 단순히 경험하는 것을 넘어, 분석하고, 재구성하고, 익숙해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포 게임 개발자들이 공포를 창의적인 요소로 활용하는 것처럼, 우리도 공포를 단순한 두려움이 아닌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게임이나 영화 속 공포를 마주할 때, 그 감정을 피하려 하기보다 "이 공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라는 시각으로 접근해 보세요. 어쩌면 공포는 우리를 멈추게 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분석적 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자극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4. 게임 안팎의 공포 완화 UX 장치

마지막으로, 유저가 공포를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게임 안팎의 UX 장치를 소개하며 공포 게임 시리즈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공포 게임이 부담스러운 유저나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느끼는 유저를 위해, 다양한 접근성 기능들이 제공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기능들이 어떻게 유저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4-1. 인게임 UX

1. 게임 시작 전 경고 메시지

Xbox 접근성 가이드에 따르면, 공포와 불안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안내하는 것은 게임 플레이 중 발생할 수 있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8]. 뇌과학적으로 해석해 보면, 게임 시작 전 경고 메시지는 세로토닌과 편도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세로토닌은 기분을 안정적으로 조절하고 불안 반응을 억제하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로, 편도체의 과잉 활성화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게임 내 경고 시스템은 공포를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안내하여 플레이어가 심리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교감신경의 과도한 활성화를 방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전 안내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플레이어가 공포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UX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림 4: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에 앞서, 플레이어에게 공포 콘텐츠에 대한 경고문을 제공하는 <Fear Assessment Plus> (이미지 출처: Alexander Wiseman)
한편, 경고문 UI를 설계할 때, 유저가 안내 화면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도록 UX를 신중하게 구성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공포 게임 <Fear Assessment Plus>는 공포 콘텐츠에 대한 사전 안내 화면을 제공하면서, 특정 버튼을 눌러야 화면을 넘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일반적인 게임 내 안내 화면에서는 보통 ○ 버튼을 눌러 넘길 수 있지만, 특정 경고 화면에서는 △ 버튼을 눌러야 진행할 수 있도록 설정한 것이죠.
이러한 설계 방식은 플레이어가 안내 내용을 주의 깊게 인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공포를 갑작스럽게 경험하지 않도록 심리적 완충 시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편도체와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을 방지하여, 플레이어가 보다 안정된 상태에서 게임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불안이나 공포를 겪을 가능성이 있는 유저에게 안내 화면을 확실히 인식시키는 UX 설계는 심리적 배려가 반영된 접근성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2. 공포 난이도 조절

공포 게임은 유저에게 짜릿한 긴장감과 몰입감을 제공하지만, 지나치게 강한 공포감은 오히려 게임의 재미를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공포에 민감한 유저들은 무서움 때문에 스토리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거나 도중에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공포 난이도 조절입니다.
난이도 조절 기능은 공포 게임을 처음 접하는 유저나 공포에 약한 플레이어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캐주얼 모드’와 같은 설정은 유저에게 “이 게임을 꼭 이겨야 하는 도전”이 아니라 “스토리를 즐기는 경험”으로 받아들이도록 유도합니다. 이를 통해 유저가 공포에 압도되지 않고 게임의 핵심 요소를 탐험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Biohazard Village>는 이러한 난이도 조절 기능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게임 내 난이도 설정을 통해 유저가 체감하는 공포와 스릴의 강도를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예를 들어, 살살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표현되는 캐주얼 모드는 보다 여유로운 플레이를 보장하며, 공포와 액션 요소를 가볍게 경험하고 싶은 유저에게 적합합니다. 반면, “전력을 다해 상대해 드리겠습니다”라는 하드코어 모드는 숙련된 유저가 게임의 긴장감과 도전 요소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러한 표현 방식 또한 위트와 친근함을 더해, 설정 화면에서조차 긴장감을 완화하는 효과를 제공합니다.
그림 5: 난이도를 위트 있게 표현하여 유저의 긴장감을 완화하는 <Biohazard Village> (이미지 출처: CAPCOM)
그림 6: 공포 및 게임 난이도를 유저 친화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된 <THE DARK PICTURES ANTHOLOGY> (이미지 출처: SUPERMASSIVE GAMES)

3. 게임 중 공포 요소 등장 전 경고 기능

'놀람 주의', '귀신 및 괴물 출현 예정' 등의 인게임 사전 경고는 유저가 공포 요소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미리 경고를 받으면 유저의 뇌는 상황을 예측하고 조절할 준비를 할 수 있으며, 공포 감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게임에서 공포 요소가 나타나기 전에 이러한 경고를 제공하면, 전두엽이 활성화되어 편도체의 과도한 반응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를 통해 유저가 불안에 압도되지 않고, 보다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습니다 [9].
<Ikenfell>은 이러한 접근 방식을 효과적으로 적용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게임 내에서 유저가 공포를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가 등장하기 전에 알람을 제공하여, 미리 상황을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합니다. 특히 이 기능은 유저가 직접 활성화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유저가 자신의 감정과 반응을 스스로 조절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기능은 공포 요소로 인한 심리적 부담을 덜고자 하는 유저들에게 유용하며, 개별적인 선호를 존중함으로써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또한, 유저가 불필요한 스트레스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보다 포괄적이고 접근성 높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 7: 공포 요소 등장 전 안내 기능을 제공하는 <Ikenfell> (이미지 출처: Happy Ray Games)

4. 공포 및 불안 요소 조절 기능

<Grounded>는 유저가 게임 내에서 출혈 장면이나 귀신과 같은 공포 요소를 제거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유저는 플레이 경험을 스스로 조정하며, 자신의 감정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겪을 감정의 강도를 미리 알고 조절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불안이나 공포를 피할 수 있습니다. 또한, 특정 요소를 회피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제공됨으로써, "이 부분은 내가 조절할 수 있겠구나"라는 심리적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은 특히 공포에 민감한 유저들에게 더욱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합니다.
또한, <Grounded>는 게임 실행 직후 접근성 기능 설정을 묻는 UX를 갖추었습니다. 공포 요소를 부담스러워하는 유저들을 위한 UX 전문가의 배려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림 8: <Grounded>에서는 게임 실행 직후 거미 제거 의향을 물어보거나, 제거하는 기능을 제공 (이미지 출처: Obsidian Entertainment)

5. 불안 및 공포 요소 변경 기능

공포 요소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더라도, 거미와 같은 불안을 유발하는 요소를 친숙한 이미지로 대체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넥슨의 <마비노기>에서는 거미를 만나기 전 NPC와의 대화를 통해 거미를 곰돌이(아로마 베어)로 변경할 수 있는 기능과 아이템을 지원합니다. <The Elder Scrolls V: Skyrim> 역시 게임 내 설정을 통해 거미를 곰으로 대체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여, 유저가 보다 편안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그림 9: 거미를 곰으로 변환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마비노기(좌)>와 <The Elder Scrolls V: Skyrim(우)> (이미지 출처: NEXON / Bethesda Game Studios)
이처럼 공포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선택권은 단순한 설정을 넘어, 게임 UX의 중요한 심리적 요소로 작용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느낄 때 두려움과 불안이 현저히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10]. 특히 공포는 예측 불가능성과 통제 부족에서 기인한 불안을 증폭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포 요소를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은 유저가 보다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공포를 경험하도록 돕습니다.
게임 UX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능이 게임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 출시 전 공포 강도 조절 기능이 게임의 난이도와 몰입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테스트하면서 UX 개선 포인트를 발굴할 수 있습니다. 게임 출시 후에는 실제 플레이 데이터를 분석하여, 공포 완화 기능이 유저에게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 혹은 과도하게 사용되거나 거의 사용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성별, 연령, 국가별 차이를 분석하여, 특정 타겟층의 선호도를 반영한 맞춤형 UX 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보다 정교하게 유저의 공포와 불안을 완화하는 UX를 설계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게임 UX 품질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4-2. 아웃게임 UX

1. 게임 구매 전, 공포 요소 사전 안내

게임 웹페이지나 게임 플랫폼(스팀 등)에서 공포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미리 안내하면, 유저가 예기치 않은 공포를 경험하는 상황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사전 정보를 통해 유저는 게임의 공포 강도를 사전에 판단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감당 범위에 맞게 플레이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유저가 공포 요소를 충분히 인지하면, 게임을 자신의 선택에 따라 진행할 수 있다는 자율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유저가 심리적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 보다 안정적인 게임 경험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거미, 귀신 등 특정 개체에 대한 안내뿐만 아니라, Jump Scare, Dread, Gore/Terror 등과 같은 공포의 상황적 요소를 폭넓게 설명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공포의 맥락을 보다 구체적으로 안내하면, 유저가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공포를 경험할 수 있어 불안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는 게임 접근성을 높이고, 더 많은 유저가 자신의 취향과 공포 수용 범위에 맞춰 게임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UX 전략입니다.
그림 10: 게임 구매 전, 유저가 경험할 수 있는 공포 환경과 요소에 대해 설명하는 <Content Warning>    (이미지 출처: Landfall)
그림 11: 게임 플레이 전에 정신 건강 관련 주의 및 안내를 제공하는 <Psychonauts 2> (이미지 출처: Double Fine Productions, Inc.)
(번역) 정신 건강 주의
게임에서는 중독, PTSD, 공황 및 발작, 불안, 망상 등 정신 건강과 관련된 요소를 예술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또한 치과 치료, 좁은 공간, 구토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유저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이미지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정신 건강 회복을 돕는 TakeThis.org 웹사이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 게임 플레이 적합성 판단을 위한 사전 설문 지원

게임을 구매하기 전, 특정 요소에 대한 공포나 심리적 거부감이 있는지를 설문을 통해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Tell Me Why>는 게임 시작 전에 유저가 게임 내 특정 요소에 대해 심리적 부담이나 공포를 느낄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토할 수 있도록 온라인 무료 설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유저는 자신의 감정적 반응을 미리 파악하고, 보다 신중하게 게임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림 11: 유저가 게임 내 특정 요소에 심리적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지 사전 점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Tell Me Why> (이미지 출처: DON'T NOD Entertainment)

나가며

지금까지 유저의 공포를 유발하는 UX 전략부터 (1편), 형성된 공포를 완화하는 방법까지 살펴보았습니다. 이 글이 공포 게임 UX를 이해하는 데 유익하고 흥미로운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사실, 독자분들도 느끼셨겠지만 저는 공포 게임을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재미있으니까요.
해를 거듭할수록 공포 게임 기획자들은 유저를 놀라게 하기 위한 더욱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AI와 그래픽 기술의 발전 덕분에 이제는 유저의 '숨소리'를 감지하고 반응하는 귀신, 플레이 패턴을 분석해 더욱 영리하게 움직이는 적들 같은 요소들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기술들은 공포 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기술적 진보를 목격하며, 앞으로의 공포 게임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기대가 됩니다.
하지만 가끔은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며 "단순히 유저를 놀라게 하는 데만 집중된 것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진정으로 훌륭한 공포 게임 UX는 단순한 '깜짝 놀람'을 넘어, 유저가 경험하는 감정의 여운과 내면의 변화를 섬세하게 다루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1편에서 이야기했듯이, 공포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며 희열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여정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공포를 단순한 자극 요소로 소비하는 대신, 유저가 공포를 탐구하고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UX 설계가 이루어진다면, 공포 게임은 보다 건강하고 의미 있는 경험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공포 게임은 유저가 감정의 성숙과 내면의 성장을 경험하 수 있는 강력한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공포 게임이 단순 두려움뿐 아니라, 유저가 스스로 감정을 조율하여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공포 게임들이 더 많이 등장하여, 공포 장르의 예술성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길 기대하며 공포 게임 UX 시리즈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Reference

[1] 최현정. (2014). 복합 외상 후 정체성 변화와 통합 과정: 자기 정의기억을 중심으로 (Doctoral dissertation, 서울대학교 대학원).
[2] Song C, Merali Z, Anisman H. Variations of nucleus accumbens dopamine and serotonin following systemic interleukin-1, interleukin-2 or interleukin-6 treatment. Neuroscience 1999;88:82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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