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이런 분이 읽으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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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의 심리가 궁금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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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게임에서 재미와 쾌감을 극대화하는 UX가 궁금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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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 이탈을 최소화하는 공포 게임 UX가 궁금하신 분
안녕하세요. 인텔리전스랩스 UX분석실 프로덕트UX분석팀 강동섭입니다.
지난 10월 말, 제가 1년 내내 기다리고 있던 이벤트가 있었는데요. 바로 할로윈입니다!
평소 공포 게임과 공포 영화를 즐기며, 매년 할로윈 시즌마다 공포 컨셉의 게임 이벤트를 기대하기도 한답니다. 최근 출시된 게임인 <Silent Hill 2>도 이번 할로윈에 플레이하려고 아껴두고 있었죠!
그림 1: 미식축구 게임 <Madden Mobile>에서 매년 할로윈 시즌에만 진행하는 공포 컨셉 아이템 이벤트
(이미지 출처: Madden Mobile)
저는 대학원에서 인간이 공포를 느끼는 원리와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연구했을 정도로, '공포'와 관련된 인지과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공포 게임을 주제로 콘텐츠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공포 게임이 제공하는 독특한 경험이 궁금하시거나, 그 매력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는 이번 콘텐츠를 강력 추천합니다 공포 게임만이 제공하는 특별한 게임 UX를 통해, 다른 장르와는 차별화된 매력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일반적인 게임 장르에서는 성취감, 즐거움, 행복감 등 긍정적 감정을 얻기 위해 플레이하지만, 공포 게임은 다릅니다. 공포 게임의 각 요소는 유저의 두려움, 불안, 놀람을 유도하도록 전략적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다른 장르의 UX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을 요구합니다.
공포 게임은 그저 유저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것으로 충분할까요?
어떻게 하면 유저가 충분한 공포를 느끼면서도 스토리를 놓치지 않도록 유도할 수 있을까요?
공포 게임은 기본적으로 공포-싸움-도망의 메커니즘을 제공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저가 게임을 이탈하지 않도록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이번 시간에는 공포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심리와 의학적 원리를 시작으로, 이처럼 복잡하고 독특한 UX 설계 방식을 요구하는 공포 게임의 비밀을 파헤쳐보겠습니다.
열람 전 주의
본 콘텐츠에는 공포스러운 이미지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이미지에 불편함을 느끼실 수 있는 분은 열람을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1. 사람들은 왜 공포 게임을 즐길까요?
1-1.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의 심리
공포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심리는 다른 장르의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연구에 따르면, 높은 수준의 감각 추구(Sensation seeking) 성향을 가진 유저들은 그렇지 않은 유저들보다 공포 게임을 더 즐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경험, 강렬한 감정, 그리고 강한 자극을 찾아 나서는 경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공포 게임이 제공하는 긴장감, 예측 불가능성, 도전 요소는 이러한 유저들에게 강한 감각 자극을 제공하며, 그로 인해 공포 게임을 더욱 즐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림 2: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와 그의 심리가 궁금한 친구
(이미지 출처: 생성형 AI)
1-2. 두려움을 느끼는 뇌의 의학적 원리
두려움을 느끼는 뇌의 주요 기관은 편도체(Amygdala)입니다. 편도체는 감정, 특히 공포와 관련된 반응을 처리하는 뇌의 핵심 부분으로, 공포 자극에 직면했을 때 즉각적으로 경고 신호를 보냅니다. 이 신호는 뇌의 다른 부분, 특히 전두엽과 연결되어 신체의 투쟁-도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을 유발하며, 심박수 증가, 혈압 상승, 아드레날린 분비와 같은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 몸을 위협에 대비하는 상태로 전환시킵니다.
공포를 즐기는 사람들의 편도체는 공포 자극에 대해 더 빠르고 강하게 반응하면서도, 이러한 반응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공포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높은 수준의 감정 조절 능력을 갖추고, 공포 상황에서 빠르게 자신을 안정시키는 데 능숙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공포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뇌는 특히 보상 시스템과 관련된 부분에서 다른 유저들과 차이를 보입니다. 공포 게임을 플레이할 때 분비되는 도파민은 공포를 느끼는 순간과 이를 극복했을 때 뇌가 보상을 받은 것처럼 느끼도록 자극하여 유저에게 일종의 쾌감을 제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유저들은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얻게 되며, 이는 공포 게임을 선호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그림 3: 뇌 과학 관점으로 바라본 자극별 담당 기관 및 역할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전반적으로 공포 게임의 UX 요소는 편도체를 지속적으로 자극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예를 들어, <Silent Hill>은 플레이 내내 어둡고 제한된 시야를 제공하며,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몬스터를 등장시키는 등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통해 유저의 심리적 긴장감을 오랫동안 유지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편도체의 자극을 지속시키고, 결과적으로 전두엽의 판단 능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유도하여 유저의 심리적 긴장감을 높입니다.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 유저는 투쟁-도피 반응을 경험하게 되며, 이러한 긴장감이 해소될 때 뇌는 극도의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유저에게 공포 게임 특유의 강렬한 경험과 희열을 제공하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그림 4: 시청각 자극을 극대화하여 유저의 편도체를 자극하는 <Silent Hill> 시리즈
(이미지 출처: Tiago Borges)
2. 재미와 쾌감을 극대화하는 공포 게임만의 UX
지금까지 심리학과 의학에 기반하여 공포를 느끼는 원리와 심리적 특징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처럼 유저의 뇌를 자극하고 심리적 반응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UX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데요. 이제 공포 게임 설계 시 참고할 수 있는 주요 UX 요소들을 소개하겠습니다.
2-1. 사운드 디자인
공포 게임에서 사운드는 UX의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인 게임 장르가 주로 시각적 요소에 의존하는 반면, 공포 게임은 종종 시야를 제한하고 음향 효과에 의존하도록 유도하여 불안감을 조성합니다. 음향 효과는 청각 자극을 통해 편도체와 관련된 뇌의 반응과 자극을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갑작스러운 소리나 예측 불가능한 음향 효과는 유저의 뇌를 경계 상태로 유지시켜 지속적으로 심리적 불안을 조성합니다.
즉, 음향 효과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Monstrum>과 <Outlast>와 같은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보지 못하는 환경의 소리, 멀리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갑작스러운 비명 소리 등을 통해 공포감을 극대화합니다.
그림 5: '발소리'가 메인 콘텐츠일 정도로 청각 효과가 뛰어난 <Monstrum>
(이미지 출처: Team Junkfish)
게임 UX를 연구하는 제 입장에서 볼 때, 같은 총소리도 공포 게임과 일반 FPS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적인 공포 게임에서는 정적을 깨는 총소리가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총소리가 크고 무거울수록 유저의 긴장감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반면 FPS에서 총소리는 주로 캐릭터의 위치와 무기의 파괴력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지만, 공포 게임에서는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공간감과 음향의 디테일까지 신경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FPS에서 총소리의 폭발력과 강렬함에 초점을 맞춘다면, 공포 게임에서는 더 날카롭고 메마르거나 억제된 소리로 답답한 느낌을 주어 입체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몰입감과 두려움을 고조시킵니다.
지금부터 이러한 공포 장르 특유의 사운드 디자인 UX를 살펴보겠습니다.
1. 정적과 침묵
전반적으로 어두운 게임 분위기와 의도적으로 제한된 시야,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정적과 침묵은 유저의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큰 소리만이 공포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배경 음악과 효과음을 과도하게 사용하기보다는, 중간중간 조용한 순간이나 정적에 가까운 낮은 음역대의 불쾌한 소리나 기괴한 속삭임을 배치하여 유저가 불안을 느끼도록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적을 유지하다가 갑작스러운 소리를 제공해 충격을 극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익숙한 정적에서 벗어난 이러한 음향 설계는 유저가 방심하지 않도록 유도하며, 예상치 못한 순간에 등장하는 소리로 유저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킵니다.
2. 3D 공간음 및 방향성
공간 음향을 활용해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하면 유저의 몰입도가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유저에게 다가오는 소리를 미세하게 들리도록 하고, 소리의 방향을 쉽게 인지할 수 있게 설계하면 유저는 그 소리가 피해야 할 위협인지 식별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소리를 추적하게 되어 더욱 게임에 몰입하게 됩니다.
반대로, 몰입감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음향을 난방향으로 제공하여 소리의 진원지를 파악하기 어렵게 함으로써,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에 대한 불안감을 극대화하는 방법도 공포와 재미를 증폭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3. 주변 환경 및 배경음
자연스러운 배경음을 통해 캐릭터 주변의 공간감을 공포스럽게 조성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오래된 집에 들어갔을 때 바닥에서 나는 삐걱거리는 나무 소리나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죠. 이처럼 잔잔하지만 공간감 있는 배경음을 갑자기 또는 점차 사라지게 하면 유저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제공하여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습니다.
4. 시각적 요소와의 동기화
중요한 순간의 음향 효과는 시각적 요소와 동기화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문이 열릴 때 '쿵' 소리가 나거나, 화면에 섬광 효과가 나타날 때 폭발음이 들리도록 시각적 효과와 음향이 맞물리면 충격이 극대화됩니다.
이러한 음향 효과가 시각 요소와 동기화되지 않거나 너무 과장되면 유저의 몰입감이 깨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각적 요소와의 동기화를 고려해 시청각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현실적인 음향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클리셰적으로 설계된 음향은 그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습니다.
5. 익숙한 소리의 변조
음악이나 음향 디자인 시, 일상에서 익숙한 악기를 비정상적으로 사용해서 유저의 불안을 고조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피아노 멜로디를 거꾸로 재생하거나, 현악기의 떨림 소리를 사용하면 유저에게 비정상적이고 기괴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2-2. 조명과 시각적 불확실성
시각적 요소는 뇌의 시각 피질을 자극하여 편도체에 영향을 미치고, 유저가 위협 요소를 끊임없이 예측하고 대비하도록 신경을 자극합니다. 시각적 불확실성은 인간의 뇌에서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이는 공포 경험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정확한 시각 정보가 주어지지 않을 때 유저는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회피 충동과 피로감을 느끼며, 궁극적으로 이를 '무섭다'는 감정으로 결론짓게 됩니다.
이제 조명과 시각적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1. 제한된 시야 제공
공포 게임에서 조명은 유저의 시각적 심리 효과를 극대화하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주변 시야가 제한되면 유저는 상상에 의존하게 되며, 이는 어둠 속에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자극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어두운 환경, 제한된 시야, 깜빡이는 불빛 등은 플레이어에게 불안감을 유발하며, 시각적 불확실성을 통해 공포감을 높입니다.
또한, 손전등과 같은 작은 빛으로 화면의 일부만 보이게 하면 폐쇄 공포증(Claustrophobia)과 유사한 불안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Biohazard> 시리즈와 <Silent Hill> 등은 이러한 제한된 시야를 통해 유저의 불안과 공포를 적절히 자극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림 6: 유저에게 제한된 시야를 제공하기 위해 조명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Alan Wake(좌)>와 <Biohazard Re:2(우)>
(이미지 출처: Dario Boiko / Remedy Entertainment)
2. 갑작스러운 조명 변화
조명이 갑자기 꺼지거나 깜빡이는 연출은 유저에게 순간적이고 강렬한 공포감을 주기에 효과적입니다. 화면이 깜빡이거나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오가게 함으로써 시각적 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데요. 갑작스러운 조명 변화는 캐릭터 주변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여 유저의 몰입감을 흐트러뜨리고, 순간적으로 집중을 방해합니다. 낮아진 집중력으로 인해 유저가 현재 상황을 인지하는 시간이 지연되며, 그만큼 위협에 대한 대응 준비도 늦어져 초조함에 기반한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3. 그림자와 모호한 형태의 활용
그림자와 역광은 시각적 불확실성을 유발하는 훌륭한 장치입니다. 멀리 보이는 그림자나 미세하게 움직이는 형체는 유저에게 직관적으로 위협적인 존재가 있음을 암시해, 공포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는 식별되지 않은 대상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고 공포감을 더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공포감은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이나 등불과 같은 움직이는 조명을 활용하거나, 캐릭터의 시야를 흐리게 만들어 의도적으로 통제함으로써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화면에 시각적 노이즈를 추가하거나 초점이 맞지 않은 장면을 연출하여, 유저가 상황을 온전히 인식할 수 없게 하면 좋습니다. 이렇게 유저가 본 것을 확신하지 못하고 상상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그림 7: 멀리 떨어진 캐릭터를 제한된 조명과 함께 모호하게 표현하는 <P.T.(좌)>와 <Visage(우)>
(이미지 출처: SadSquare Studio / Kojima Productions)
4. 국지적 시야 및 조명 제공
길고 좁은 통로의 끝에 있는 어둠을 상상해 보세요. 또는 조명이 어두운 구불구불한 통로를 걷는 느낌을 떠올려 보세요.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닐 것입니다. 이는 제한된 시야로 인해 시각적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지 못하게 되면서 정보 결핍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공간 전체를 밝히기보다는 제한된 시야만 제공하여, 유저가 '보이지 않는 곳에 잠재적 위협이 있을지 모른다'는 긴장감과 불안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죠.
이러한 UX의 핵심은 일부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유저의 상상에 맡기는 것입니다.
그림 8: 직선형으로 시야를 제한하는 <Layers of Fear(좌)>와 굴곡형으로 시야를 제한하는 <Shadow Corridor(우)>
(이미지 출처: Bloober Team / Space Onigiri Game LLC)
2-3. 컨트롤과 인터랙션 제약
공포 게임에서 캐릭터 조작에 제약을 가하여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색다른 재미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Amnesia: The Dark Descent>에서 유저는 도망치거나 숨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공포-싸움-도망' 메커니즘 중 유저에게 제공된 선택지는 '공포-도망'뿐으로, 이는 유저가 직면한 위협에 맞설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설사 무기가 주어진다 해도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공포의 원인이 다가오고 싸움을 준비하는 순간, 게임 개발자는 유저의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제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UX는 유저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유저가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도망가거나 숨는 수동적인 역할만 주어지거나, 그마저도 제한된다면 유저는 위협을 더욱 거대한 존재로 느끼게 됩니다.
그림 9: 컨트롤을 통한 도망이 유일한 희망인 <Amnesia: The Dark Descent>
(이미지 출처: Frictional Games)
또한, 유저가 상황을 타개할 시간을 극단적으로 압축하는 것도 캐릭터 조작과 인터랙션을 제한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Until Dawn>에서는 퀵타임 이벤트(QTE)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특정 순간에 빠르게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캐릭터가 죽거나 상황이 악화되는 제약을 제공합니다. 평범한 시네마틱이 진행되다가 갑자기 2초 내에 특정 버튼을 눌러야 하거나, 제한된 시간 내에 나와 동료의 죽음 중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을 만들어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것이죠.
그림 10: 정해진 시간 내 빠른 행동 또는 선택을 요구하는 <Until Dawn>
(이미지 출처: Supermassive Games)
3. UX를 통해 유저 이탈을 최소화하는 방법
공포와 긴장 완화 구간이 없으면 오히려 게임을 즐기기 어려워집니다. 공포감이 과도하게 지속되면 유저가 피로감을 느끼고 게임을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유저마다 공포를 느끼는 시간과 강도는 다르므로, 심리적 피로감과 몰입감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유저가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며 공포를 극복하도록 돕는 UX가 핵심입니다. 지금부터 UX를 활용해 이러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유저들이 게임을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3-1. 심리적 스트레스 완화 구간 제공
공포 게임의 핵심은 무조건적인 공포나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감과 완화의 리듬을 적절히 조절하는 데 있습니다.
심리학적으로 사람들은 약 30~40분간 지속적인 긴장 상태에 놓이면 피로감을 느끼고 집중력을 잃기 시작합니다. 즉, 30분에서 1시간 정도 공포감을 자극하면 유저의 심리적 지침이 극에 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긴장 시간이 짧더라도 그 강도가 높으면 유저에게 큰 심리적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저가 스스로 긴장감을 조절하고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임 내 일상적인 탐험이나 캐릭터의 회복 시간, 퍼즐 해결 같은 여유 구간을 적절히 배치하면 긴장감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전반적으로 15~20분 간격으로 강력한 공포와 완화 구간을 교차 제공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주기는 유저가 너무 빨리 지치지 않도록 하면서, 긴장과 공포의 피크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데 유용합니다.
그림 11: 긴장과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유용한 퍼즐 요소를 제공하는 <The Evil Within 2(좌)>와 <Resident Evil 4(우)>
(이미지 출처: Tango Gameworks / CAPCOM)
3-2. 유저 피드백 및 데이터 기반 조정
게임 테스트 과정에서 유저 피드백을 통해 언제 스트레스를 느껴 이탈하고 싶어하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공포 게임 유저들은 공포와 긴장감을 즐기는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15분 이내의 짧은 공포를 선호하는 유저와 더 긴 시간 동안 공포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하드코어 공포 팬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가능한 다양한 유형의 유저를 모집해 공포의 강도뿐만 아니라 공포의 종류(소리, 시각적 충격, 심리적 공포 등)를 테스트해 보면, 유저가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나가며
어떠셨나요? 공포 게임과 관련된 UX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깊어지셨나요?
지금까지 공포 게임 UX의 독특한 요소들을 살펴보며, 게임 UX 전문가들이 다양한 심리적 요소와 두려움을 자극하는 방식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게임 UX 전문가는 유저에게 최상의 공포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두려움을 느끼는 뇌의 작용과 심리적 요소들을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공포 게임이라는 장르는 단순한 오락이 아닌, 유저가 감정을 조율하며 희열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여정을 제공하는 매체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글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공포 게임 UX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얻고,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UX 설계가 얼마나 세심하게 다뤄지는지 알게 되셨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넥슨에서 개발 중인 게임 <낙원: LAST PARADISE>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익숙한 서울이라는 공간을 어둠과 좀비로 채우며 이질감에서 오는 압박감을 잘 활용한 게임인데요. 손전등에 의존한 좁은 시야와 청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좀비들이 긴장감을 높여줍니다. 또한 심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여유 장치도 마련되어 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그림 12: 서울을 배경으로 한 PvPvE 좀비 아포칼립스 잠입 생존 게임 <낙원: LAST PARADISE>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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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블로그 문의 devrel@nexon.co.kr